진통제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진통제를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음대로 먹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남들 다 먹는 진통제 하나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사실 요 며칠간 아픔에도 꾹 참고 부작용 걱정에 먹지 않았다. 지금쯤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지금 먹지 않으면 응급실에 가야하고. 늦은 저녁의 응급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부모님께 또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한 알을 먹었다. 여전히 아프다. 아픔이 금방 가실 리 없고 부작용도 걱정되지만 일단은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살짝 안도했다. 이것도 잠시 찰나일 뿐이지만 한순간이나마 내 아픔을 진정시켜 줄 알약 한 알에 그렇게 감사하게 될 줄이야.


[시름시름 렌지야 누나 아파ㅠㅜ]

설마 나올까, 하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보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렌지에게는 의지하고만 싶다. 언제나 나를 생각하며 나에게만 상냥한 렌지를 보고 싶었다. 다른 분들이 다 렌지는... 할 때마다 나는 ‘상냥하다’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그래, 렌지는 상냥하다. 버들 유에 연꽃 연, 둘 이. 꽃이 이름에 들어가는 만큼 마음씨도 예쁘다. 나를 보며 괜찮니, 나의 로유 아가씨? 라고 이야기 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조용했다.

[누나 아파ㅜㅜ]

조용한 트위터에 병아리가 맨션을 해 주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따뜻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하나의 주제로 모인 사람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2박 3일간의 일정 속에서도 싸움난 것 없이 실컷 먹고 웃으며 떠들다 올 수 있었던 MT. 내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이 테당 때문이다. 병아리에게 괜찮다는 맨션을 보냈다.

물론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아- 짜증나. 그냥 모든 것이 귀찮다. 이제는 귀찮았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오지도 않고. 아픔은 사그라지지 않고. 렌지는 오지도 않고. 얼마나 더 부르짖어야 올지도 모르겠고. 예전에는 반응이 꽤나 빠르더니 최근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속상하다. 아으으. 아파. 아파. 아파. 키보드 자판에 올려둔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움직였다

[ㄱㄹ나ㅓ아ㅜ히ㅏㅇ나ㅏㅏㅇㄹ흐ㅡㅡㅡㅏㄷㄷㄷㄷㄷㄷ ,,,,,,......................... ]

모르겠다. 기대한 내 잘못이지! 렌지가 아무리 국정원이라지만 못 볼 때도 있는 거지, 뭐! 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게 안되는 내가 밉다. 렌지가 보고싶다. 자판에서 손을 떼고 엎드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시야가 좁다.

“괜찮니, 로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헛소리까지 들리네. 중증이다, 중증. 원래는 이렇게까지 파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덕이 됐을까. 하아, 진짜 속상하다.

“많이 아픈거니?”

아 또다. 지쳐서 기운이 없나보다. 진통제와 함께 다른 많은 약을 먹었더니 수면효과가 더해져서 더 졸리다. 앞을 가리는 안대 쪽의 눈은 진작 감았고. 다른 눈도 마저 조용히 감았다. 꿈에서 렌지가 나왔으면 좋겠다.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어스름히 방 안으로 기어들어와 불을 켜지 않은 방을 고요히 물들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낮잠을 두 시간이나 잤다. 아팠던 곳은 이미 통증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으아으-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더니 허리가 다 아프네. 잠시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몸이 한결 가뿐하다. 책상 위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어......?”

모니터 위에 네모난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못 보던 글씨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색의 포스트잇. 그리고 키보드 위의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

[많이 아픈가보구나, 나의 로유 아가씨. 아프지 마렴. 네 말대로 나는 국정원이니 언제나 로유를 지켜 보고 있으니까.]

방 안을 둘러보아도 사람의 흔적은 이것이 다다. 손을 눈 쪽으로 대어 본다. 역시 안대가 없다. 순간 무언가 어깨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노란색의

큰 져지.